[벗님_습작] 내 자리


아래를 바라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언제라도 볼 수 있을테지만, 그것이 어렵습니다.
언제였던가 아래를 한 반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기겁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 도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도저히 상상이 되질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이해한다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도 가슴 깊이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불편함, 익숙하지 않은 현실을 감내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결국 아래를 바라보는 걸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아니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하기도 하고, 되도록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으려 했습니다.

나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런 이질적인 삶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렇게 하고나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아니 편안하다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다독였습니다.
매정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내 자신에게 부담이 덜한 최선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위를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도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동경할 수는 있었지만, 단지 동경한다는 행위만으로 그것이 내 것, 내 삶이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어찌보면 위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현실 자체가 상대적인 패배감을 짙게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부족하다가 위를 봐야하는가 하는 자만감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위도 아래도 아닌 내 안을 들여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버릇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나를 알고자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아래를 보고, 위를 보자 자연스러운 과정처럼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내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것, 다른 이들의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내가 위에 속하는지, 아래에 속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 다른 이들의 시선을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어떤 이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한 없이 높은 곳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바닥으로 곤두박칠치기도 했습니다. 나는 가만히 있었지만,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선인이 나를 보며 코웃음을 던집니다. 한심하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그리곤 툭 한 마디 던집니다.
'네 삶을 살아야지, 그게 뭐하는 짓이여. 미친 놈마냥..'

그 이야기를 들으며 또 곤두박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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