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_단편] 블랙.. #1

아래의 글은 '벗님의 꿈'이라는 매개처를 통해 이렇게 전해지며 알려지게 되었지만, 글의 원작은 '룩 첵 콕 피트'의 '블랙'입니다.
이 '룩 첵 콕 피트'라는 원작자가 실존하는 혹은 실존했던 인물인지, 혹은 가상의 인물인지는 현재 확인되고 있지 않습니다.
보통 '꿈'이라는 매개처를 통해 등장하는 인물 중, 얼굴이 낯선 이의 '이름'이 꿈에서 깨어난 이후에도 명확하게 떠오르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 '룩 첵 콕 피트'는 이 글의 원작자였기에 그러했는지 모르지만, 오랜 동안 기억에 남아 이렇게 알려드립니다.



1. 여행

그와 함께 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와 함께 이 여행을 시작한다는 것은 내 자신이 이 불편함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과 같은
하나의 도전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마음 속에 '참을 인'을 수도 없이 그리며 속타하던 예전의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참을 수 있을까,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그 모습들을 바라볼 수 있을까,
팔을 벌리고 허허 하는 너털웃음을 흘리는 허수아비처럼 그 한 공간에 머무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엄습했습니다.
애초에 허용하지 말았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고 한 공간에서 그와 마주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의 눈빛, 그의 말투,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투명한 유리막을 씌워놓고 반투명한 모습으로 마치 그가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여기고 싶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그런 공상 속에 빠져드는 것이, 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내 마음 속에 평안을 가져다주고 있었습니다.
지독하게 인정하고 싶지않는 현실.

그 안에서의 여행은 불편하고 불안하고, 내 스스로를 옥죄는 사슬처럼 나의 행동거지 하나 하나를 구속하고 있었습니다.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만 잡자. 그래, 하나만 잡자. 확실한 꼬투리 하나로 이 불편한 동행을 끝내야 한다.
그것 하나만 생각하자. 그의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잘못을 집어내어 그를 떨쳐내야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실천에 옮겼습니다.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진 정확한 지적.
그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미 그가 꺼내는 모든 말들은 변명이 되어버리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이 드러나지 않은 경쟁에서 승리했음에 한껏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하나의 장막을 걷어낸 것처럼 밝은 빛이 내게로 쏟아져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과연 무엇가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낯뜨거운 혼자만의 전쟁을 했던 것은 아닌지, 누군가와도 함께 하지 못하는, 미친 듯 자리를 박차고나와
홀로 시작한 그런 외로운 여행을 시작했던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지고 또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아래의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3. 타임머신

4.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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