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_단편] 심장

[단편] 2010.09.10 19:24
[벗님_단편] 심장

그의 셔츠 깃이 미약하게 흔들린다. 불규칙한 심장 박동, 땀방울이 목을 타고 흐른다.
하늘로 치솟 듯 그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가, 이내 나락에 빠진 것처럼 떨어진다.
마치 취기가 오른 이들의 얼굴처럼, 그의 볼에서 목선까지 붉게 물들었다.
고르지 않은 숨소리. 다리가 풀린 듯 쓰러지던 그를 붙잡은 그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 왜.. 왜 그래? 오빠, 괜찮아?
- 응, 응.. 괜찮아.

'정상적인 심장'. 흰 가운을 걸친 의사들, 처연한 눈빛을 나를 바라보는 간호사들.
누가 누구인지 지금도 잘 구분이 되지 않은 일가친척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도 한결같이 이 '정상적인 심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다. 

인면식이 없는 이들과 함께 하게될 때마다, 이들은 내 이름 앞에 꼬리표를 달 듯이
'정상적인 심장'을 먼저 말하고, 그 뒤에 '비정상적인 심장'을 따라붙였다.
'너와는 다르고, 또 너보다 더 미약한 존재이니 항상 잘 돌봐달라는' 당부였었다.

도대체 '정상적인 심장'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정상적인 심장'..

다른 이들에게 내가 '비정상적인 심장'을 가지고 있다며 소개될 때마다,
그들의 얼굴엔 엷은 당혹감이 퍼진다. 멀쩡한 자신들의 심장이 망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난감한 얼굴이 되어서는 나를 이해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의 말을 건낸다. 거짓 이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그들의 위로이지만,
미소를 지으며 그 위로에 고마움을 표하고, 고개를 속여 인사를 드린다.

'상실감', 그들은 나의 불안정한 심장을 보며, '일종의 상실감'을 경험한다.
소유하고 있던 걸 잃어버리고 황망하게 그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던 상실감,
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게도 그 '상실감'이 절절하게 맺혀있을꺼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추측과는 달리 나는 그런 '상실감'을 전혀 알지 못한다.
애초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잃어버렸다던가, 비교한다던가 하는 것이 없었다.
그저 이 상태 이대로 태어나고, 성장하고, 지금에 이르렀을 뿐이다.

'상실감'이 아닌, 내 자신의 '한계'를 알고는 있지만, 나는 뭘 잃어버린게 아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더 튼튼한 심장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다.

*

제 목숨보다 더 귀한 어린 자식 하나.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신 적이 없었다.
뛰기는 커녕, 몇 걸음만 옮겨도 숨이 턱까지 차서 주저앉아버리는 아이를 두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스스로가 더 강인해져야했고, 더 엄해져야했다.

선천적 기형이라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술비를 마련하는 방법 외에는,
이 아이에게 더 튼튼한 심장을 선물할 방법은 없었다. 어머니는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라는 건, 원래부터 없었다. 그런 단어는. 그런 나약한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終



명동성당, 얼마나 지났을까요. 그 곳에서 처음 '수와 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두 분 중, 한 분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오늘은 참석하지 못했다며,
앞에 작은 모금 상자가 두고, 홀로 기타를 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다며, 그 차가운 날, 거리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아름다운 분들이구나. 벗님은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들의 진정성,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 은은한 빛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어떤 자리에서건 그들은 그렇게 선한 일로 세상을 조금씩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습니다.

벗님은 그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완전히 잊어버렸습니다.
'수와 진'이라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도, 그들의 아름다운 선행이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어느 날 어떤 분의 트윗에서 '수와 진'의 소식의 들게되었습니다.
고속도로 휴계소, 그들은 그곳에서도 여전히 심장병 어린이를 위해 공연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선행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Flickr by nmangelo22



문득, 그들의 아름다운 노래가 듣고 싶습니다.
목소리가, 연주가 아름다운 것보다,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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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바라기 2010.09.11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와진의 얘기에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 오후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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