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_단편] 외로운 출근

오랜만에 찾아든 감기. 빈번하게 감기가 걸리는 체질이었다면 느낄 수 없을 테지만,
내게 열감기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가끔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오르는 열감기로 인해 외부 출입을 삼가하고 주말을 보냈음에도,
컨디션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불안정감이 남아있었나.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순식간에 식은 땀이 온 몸으로 흐르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내 중심을 잃을 것 같아 지하철 내벽에 기댔다. 명치 끝이 아파오고, 호흡도 흐트러졌다.
얼른 지하철을 내려 어디라도 앉거나 누워야 조금이나마 진정될 태세였다.

출근시간, 앞차와의 간격유지라며 지하철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잠시 후 멈췄다.
아, 주저앉고 싶다.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힘이 빠진다. 식은 땀이 이마에도, 등에도.
간신히 몸을 기댄 채 다음 역에 얼른 도착하기만을 간절히 간절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분주히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의자에 앉았다.
차가운 바람이 열을 식힌다. 거북한 속은 여전하다. 빈혈처럼 머리가 어지럽다.
의자에 누울까. 그럼 더 편할까. 아니, 이대로 앉아있는게 편할까.

지하철을 몇 대 지나보내며, 몸이 안정되길 기다렸다.

호흡도 안정되었고, 몸도 괜찮아졌지만 다시 지하철에 오르는 것이 두려웠다.
지하철의 흔들림을 다시 느끼면 몸이 조금 전과 동일하게 반응하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이다.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내 몸은 조금 전의 상황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았다.

동화같은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바쁜 사람들. 인면식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어떤 이들일 뿐이다.
누구 하나 이 어려움을 겪었던 친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이름없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이 지하철의 여행은 참 외롭기만 하다.

그렇게 외로운 출근을 하고 있었다.

Flickr by varhaisdemen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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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안랩인 2011.03.30 15: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매일 서민들에게는 참 편리하지만...
    저도 가끔 지하철이 타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답니다. 유독 그런 날, 아픈 날 그랬던 것 같아요..
    봄감기가 지독합니다. 푹 쉬는 게 최고인데, 아직 이틀이나 남았네요. 빠른 쾌유 바라겠습니다..

    • BlogIcon 벗님 2011.04.07 0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근 일주일을 앓이를 하다가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알약도 먹어보고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

      고운 하루 되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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