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_단편] 그가 사라졌다.

사라졌다.그가 사라졌다.

불과 몇 초나 지났을까,방금 전까지 잘 해보자며 열심히 내게 업무를 설명하던 
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멍하다. 귀신에라도 홀린걸까.
혹시 내 머리가 이상하게 된 것은 아닐까.
사라졌다. 그가 사라졌다.

공황상태.

흔히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을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리게 된다.
고속도로에 뛰어든 짐승들처럼, 나는 홀로 남겨진 미아가 되어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자, 이런 일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혹시 내 정신이 정상이 아닌가.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필름이 끊길 수 있을까.
평상시 생활하다 단편적이라도 정신을 놓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아니다. 나는 정상이다. 내 정신은 멀쩡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가지다. 아마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고 있겠지.
새로 들어온 신입을 놀리는 짓궂은 전통이 있는 것이다.
어딘가 구석에 숨어서 당황하는 나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을 것이다.
짓궂은 사람들. 오늘의 놀림감은 내가 된 것이 분명하다.

그때 친구 녀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제 나는 미아가 아니다.

방금 겪은 일들을 녀석에게 설명했다. 어쩌면 녀석은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은근슬쩍 손가락으로 구석을 가르키며 저쪽을 쳐다보라고 알려주길 기대했다.
나는 마치 몰랐다는듯 밝게 웃으며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해야지.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녀석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 녀석은 나에게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시덥지도 않는 농담을 녀석에 던진 것처럼 되어버렸다.

내가 제정신이고 주위에서 장난을 친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이건 무슨 일인가.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보아야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주위가 조용하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녀석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알게 되었다.

꿈이로구나.

그래 꿈이었구나.
취업을 했다는 사실, 일을 새로 맡게 되었다는 설레임.
그 설레이는 두근거림들이 모두 꿈이었구나.

내가 무척 처량해 보였나보다.
번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를 위로해주려는 그 희망들이 꿈이 되었구나.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이 슬며시 띄였다.
무거운 한숨이 흘러 나온다.

아직 잠을 자야 한다.
눈을 뜨면 안된다.
아직 해가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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