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스위스 시계와 장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MBC에서는 한 시간 분으로 편집해서 방영했었는데, 인터넷에서 두 시간 짜리의
원본 다큐멘터리를 구해서 보고난 후, 기계식 시계에 빠져버렸습니다.


시간의 명장 - 스위스 시계장인

한 시간 분량입니다. 시간이 되실 때 한 번 감상해보세요.

마치 심장이 박동하듯 쉼없이 움직이는 스프링, 왠만한 핀셋으로는 잡을 수도 없는
작은 부품들, 그 부품들을 제 자리에 배치하고, 조리하고, 정상적으로 잘 가는지
확인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정말 기계공학의 진수라고 불릴만큼 대단했습니다.

감탄하며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동안, 어느새 하늘이 열리고 커다란 구름을 타고
그가 내려왔습니다. 그의 함성소리에 귀가 먹먹하고 눈이 아찔해졌습니다.
'질러라~~'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분들은 시계의 장인 중에서도 장인, 톱니바퀴부터 시작해서
모든 부품들을 직접 만드는 분도 계셨고, 보석 세공의 일인자와 함께 제작하여
감히 팔목에 차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 화려한 작품을 만드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기계식 시계의 원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CG를
통해 각 부품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동작되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뚜르비용. 지구 상의 중력의 오차를 줄여 좀 더 정확한 시간을
표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그 기관을 보고 나서는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수 십 년 전에 이미 완성하였고, 현재에는 다양한 방식은 제2, 제3의
뚜르비용들이 있다는 걸 그 후에 찾아보곤 이 기계식 시계의 끝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나중에는 나노 크기로 나사를 깎아 만들게 되겠지요.


뚜르비용, 지름신의 외침이 아른거릴 때 이 뚜르비용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헉, 얼마? 수 천 만원이 넘어간다고 하니, 우선 턱을 한 번 떨어뜨리고.
뚜르비용이 탄생된지 벌써 수 십 년 전이니 어느 정도 보급형도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 생각은 조용히 거둬들여야 했습니다. 뚜르비용은 사치품으로 종결.

하지만, 지름신은 떠나질 않았습니다. 환청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질러라~~'

나름 가격대를 확인해봤는데, 여전히 너무 높습니다. 수 십 만원은 넘어야 된다니.
더군다나 기계식 시계는 나사와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이다보니 몇 년에 한 번씩
시계방에 맡겨서 분해와 소지를 해야한다고 하니, 유지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저 멈추지 않는 심장과 같은 걸 보고 싶었을 뿐인데.

지름신은 멈추지 않고 귓가에 다가와 '질러라~~'라고 외쳤지만, 우선 종결.

지름신의 외침이 아른거려 며칠 동안 손목 시계를 아이쇼핑하던 중
깜찍한 시계를 발견. 기계식 시계는 아니고, 쿼티 방식의 만원이 될까 말까한
시계. 팔목에 아쉬움 대신 얹어줬던 것인데, 한 달이나 지났으려나, 집을 나갔습니다.

떠나지 않는 지름신, 귓가에 외침은 계속되었습니다.
어느 패션 쇼핑몰에서 전면에 심장처럼 스프링이 펄떡이는 한 녀석을 발견합니다.
두 시간 정도 지름신과의 교감을 나눈 후 지르게 됩니다. 지름신 흡쪽해하십니다.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시계가 너무 빨리 돌아갑니다. 오차가 심합니다.
원래 좀 저렴한 시계는 그런 것인가 하고 조금 아쉬워하게 됩니다.
벗님은 심장을 보고 싶어한 것이라고 위안하지요.

떠나지 않은 지름신, 또 다시 귀에 '질러라~~'라고 외치십니다.
도대체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결국, 며칠 동안의 고민 끝에 아래의 오토매틱 시계를 지르게 됩니다.

이 시계를 간택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시계을 판매하시는 사장님이
판매를 하고 난 이후에도 사후 서비스을 잘 해주신다는 확신을 얻게되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얼마 전에 질렀던 시계에서는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적은 시간 오차.

일주일 가량 기다린 끝에 받아들게 된 시계. 역시 조금 묵직하지만, 알흠답습니다.
참고로 이 시계는 뚜르비용이 아닙니다만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과연 몇 년 후에 분해소지를 하게될 지, 그 때까지 고장나지 않고 잘 쓰게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제 벗님은 두 개의 심장을 갖고 있.. 지는 않습니다만,
드디어, 지름신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벗님의 저작물인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Slimer 2012.01.17 1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시계는 벌써 전사하셔서 부활할 수 있을지 법사에게 맡겨봐야 하는데 말이죠..ㅜㅜ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