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부러뜨리겠다. 절필한다...라고 선언을 했다거나, 합장을 하며 묵언수행을 하는 것도 아닌데,
글을 쓰지 않는다. 아니, 글을 쓰지 못한다. 쉬운 글쓰기, 즐거운 이야기들을 잘 건냈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을 돌아보면, 이런 일상적인 글쓰기들이 거의 사멸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유? 귀찮아서지.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벗님이 글을 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말을 건내는 것보다 글을 쓰는 걸 더 좋아하는 벗님이 글을 쓰는게 귀찬다라고
말한다면 소도 웃을 것이다. 물론, 벗님을 아는 소겠지만.
왜 벗님의 글쓰기가 거의 중단되다시피 하는 이런 상황이 초래되었을까.
근본적으로는 욕구가 좌절된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욕구의 좌절, 말이 거창하지 쉽게 이야기하면 내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타인들이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우리를 치고, 벽을 세우고, 철조망을 치며 '안돼'라고
소리치면, 사람의 심리 상 그렇게 중단할 수가 없게 된다. 더 하고 싶은게 인지상정이지.
법, 규칙이라는 테두리들은 인간이 인간의 사회를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약속일텐데,
이 약속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충분히 인정할 수 없다면 그건 법, 규칙으로서 정말 옳은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불합리한 법과 규칙이라면 굳이 지켜야 하는 것일까?
벗님이 처한 상황이 바로 이런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 글쓰기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뭐라고 떠들 건 '그건 니맘이다'라고 말하는 경우였다면, 내가 원하는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었을테지만, '다른 건 괜찮지만, 이건 쓰지마. 이건 말하지마'라고 윽박지르며 제한을 두니,
내가 원하는 글쓰기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마치 권력에 순응하거나,
굴복을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되어버렸다.
언제부터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조차 제한에 걸리고, 당연한 것들이 금칙어로 지정되고,
언급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내외적으로 시달림이나 불이익을 당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의식을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단 말인가. 역사는 회귀한다더니 자유로운 나날들이 불과 십여 년에 불과했던가.
글을 쓰지 않는다. 아니, 글을 쓰지 못했다. 한 번 두 번이면 황당하지만, 세 번 네 번 계속해서
끊임없이 반복되면 그건 일상이 되어버리고 규칙이 되어버린다. 2012년의 대한민국을 보라.
1%와 99%는 절대 양립할 수 없을 만큼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란 자가
이를 더 부채질하며 부정부패에 앞장서고 있으니, 어찌 국가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
지쳐버렸나보다. 글을 씀으로서 내 자신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공감을
함께 하던 것들에 이젠 지쳐버렸나보다. 제한이 걸릴 법한 글을 쓰는 것에 지쳐버린 것이 아니라,
너무도 많이 자행되는 이 그릇됨, 부정부패, 비리에 대해 언급을 해야하는 것에 지쳐버렸나보다.
대한민국 자체를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으려는 이 못된 이들이 마음대로 판치는 이 세상에 대해
지쳐버렸나보다. 이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저항하는 방법도, 말들도 모두 막혀버린 이 현실에서,
역사의 수레바퀴는 다시 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이대로 영영 멈추어버릴 것 같은
불안함, 벗님의 손에 놓인 이 작은 펜으로 도대체 무슨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는지 모른다. 펜은 내 손에서 굴러 떨어지더니 책상 아래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다시, 펜을 잡는다.
쎈 놈이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 놈이 쎈 놈이다. 끝까지 지치지 않는, 질긴 놈이 쎈 놈이다.
벗님도 아마 쎈 놈일거다. 아마 질긴 놈일거다. 다시 펜을 이렇게 집어들었으니 말이다.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