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딜로, 어쩌다가 이런 영화를 보게 된 것이지.


아르마딜로는 2010년 탈레반 지역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다.

군인들과 함께 지내며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아 

아예 부대 앞에 별도의 텐트를 쳐놓고 그 안에서 감독과 촬영감독이 잠을 잤다고 합니다.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에 최대한 자신의 의지를 배제하기 위해 별다른 해설도 없고,

무언가를 가공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상관의 명령과 실행, 평화로움과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함께 공존하는 그런 모습이 꾸밈없이 보여줍니다.



탈레반의 무기와 연합군의 무기는 그 차이가 하늘과 땅 입니다.


탈레반은 멀리 주위를 살피며 두 세 명 팀을 짜서 게릴라 전을 준비하고 숨으려 하지만,

연합군이 띄워 놓은 무인정찰기에 그 모습이 잡히고, 곧 전투기가 날아와 폭격을 하고,

탈레반이라고 불렸었던 그 사람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먼지와 함께 흩어집니다.


전쟁의 모습이 그렇게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내 목숨을 빼앗았을 수도 있는, 내 동료에게 폭탄을 던지고 총질을 해댔던 그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방아쇠를 당겨 총알을 박아 넣는 군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적절한 판단으로 수류탄을 던져 탈레반 한 놈은 머리가 거의 날아가 버렸고,

몇 놈 신음하며 기어나오는 것을 드르륵 방아쇠를 당겨 수십 발을 박아넣었다며

동료에게 자랑합니다. 내 동료를 다치게 했던 그 놈에게 했던 적절한 대응으로.



벗님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한 거다, 혹은 잘못한거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생사가 한순간에 뒤바뀌는 목숨을 건 전장에서 섣불리 감상에 젖어 오판하고 나면

그 한 번의 판단 착오가 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라는 특수성, 전장이라는 극단적인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안락한 현실을 누리고 있는 제가 감히 판단하는 것은 옳은 게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 개미지옥에 빠진 사람들을 바라보며 암담하고 처참함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나는 아군이고 너는 적군이 되어야 하는, 서로의 목에 총을 겨누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그저 모두 개미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불쌍한 먹이들 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승자가 있을까요, 힘겹게 그 개미지옥에서 벗어나게 되더라도,

그 지옥에서 생활했던 상처입고 망가진 영혼을 보듬을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어떤 분의 트윗을 읽게 되었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친척 중 한 분이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에서 일하셨는데,

정권이 바뀌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2년을 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주위에서 왜 그 좋은 직장을 그만 두었냐고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평소에 불의를 참지 못하셨다고 하는데, 결국 친척들의 도움을 받으며 대학 조교수로

근근히 생활하셨다고 합니다. 이제야 왜 그 분이 국정원을 그만두게 되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밝혀지고 있는 상황들 아시죠?


아르마딜로, 이 영화를 보며 '개미지옥에 빠진 사람들'이 저 위의 전장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무원'이라는 이름을 불리는 분들 중에서도 참 많이 계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 가슴이 아픕니다. 술과 담배로 얼마나 자신의 그 가엾음을 달려셨을지.


탈레반과 연합군,

부정에 항의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과 그 국민을 적으로 삼은 또 다른 국민.


국가 권력을 훔치기 위해 모든 국가 기관을 동원해 대한민국을 개미지옥으로 만들고

그 안에 대한민국 국민을 모두 빠뜨려버린 정치인들.


이제 그만 대통령 자리를 내려놓고 사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고 총알이 발사되길 원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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