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픕니다.

커다란 솜 뭉치가 귓구멍으로 처박혔습니다.

내가 지르는 비명도 들리지 않습니다.


캄캄합니다.

두꺼운 헝겊에 눈이 칭칭 감겨버렸습니다.

아무것도 나 자신도 보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습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현실은 나를 무겁게 누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개를 돌려봅니다.


목구멍 안으로 지저분한 걸레가 밀려 들어옵니다.

숨이 막혀옵니다.

역겨운 냄새가 입안 가득 차오르고 있었겠지만

숨이 막혀오는 이 매우 급한 현실에서는 아무런 느낌도 없습니다.


소리를 지르는, 내가 살아있음을 나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그 마지막 행위조차도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떠올린 순간, 자괴감과 절망감이 내 몸을 휘감아버립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공허한 존재.

그렇게 의식이 희미해집니다.


귓구멍에 가득했던 솜 뭉치가 조금 떨어져 나갔습니다.

커다란 확성기에서 울려대는 소리에 정신이 바짝 듭니다.

무슨 여자 연예인들이 돈을 받고 몸을 팔았다나 어쨌다나,

윗동네에 누구는 눈썹을 다듬고 대충 걸터앉아 손뼉을 쳤다나 어쨌다나,


헛소리,

헛소리들.

내 현실과 아무 상관도 없는 헛소리들에 미칠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헛소리들에 역정도 내고 소리도 지르다 

반쯤 넋이 나가버린 채 나 자신조차 거의 잊어버리게 되었을 즈음, 

희미한 그 소리에 가는 정신을 차리고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귀를 울리는 커다란 헛소리들에 거의 묻혀버리기는 했지만,

입이 막혀 제대로 내질러지지 않는 목구멍을 울리는 그 절규.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다른 이들인가.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마지막 비명을 토해내고 있는 

당신,

아니 나,

아니 우리인가.


다시 귓구멍에 솜 뭉치가 처박힙니다.

다시 적막한 현실에 나를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이제 두렵지 않습니다.


내가 듣지 못하더라도

당신이 듣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듣지 못하더라도


나는

당신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목청을 다해 소리를 지르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네, 저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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