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감정이입이 되어버려 치밀어오르는 화를 내내 삭이며 지켜보게 된

'더 지니어스 2: 롤 브레이커 6편'. 불편한 현실이 비춰지는 것처럼 참 씁쓸했습니다.


'세상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게 아니다'라는 제작진의 의도를 반영하듯

더 지니어스 2를 시청한 분들은 폐지까지 거론하며 불편함을 토로하였습니다.


'권력을 갖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집단따돌림, 사기, 승리가 곧 정의'와 같은 모습들이

이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합리한 조건들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해도 잘 될 수도 있다.'라는 희망을

갖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악조건이라는 룰을 깨뜨리고 성공하는 그런 모습.


그런데 문제가 되어버린 이번 편에서는 상대적으로 힘겨울 수밖에 없는 소수가

악조건이라는 룰을 깨뜨리는 게 아니라, 힘을 가진 다수가 소수가 가진 단 하나의 룰을

훔쳐서 무엇 하나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게임에서 아예 배제해버린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더 지니어스 2:룰 브레이커'의 전체 룰에서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래의 동영상에서 25초 정도에서 확인해보시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메인매치는 모든 플레이어가 참가하며..'



제작진도 당연히 '메인매치'를 통해 '승리자와 탈락자 후보를 가려낸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고, 그러하기에 전체 룰에서 '모든 플레이어가 참가한다'라고 소개하는 겁니다.


그러면 '신분증을 나눠준 이후부터는 모든 플레이어가 참가한 것이니 맞다'라고 할까요?

이 플레이어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카드를 사용해보지 못했는데 이것도 참가한 것이다?




시청자들의 비난들이 많아지니 지니어스 제작진은 며칠 전에는 이처럼 괜찮다고 하네요.

기사 머리에는 '가져갔다'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아래 그 뜻을 한 번 살펴봅시다.


아, '옮겨 간 것'이군요.

그렇죠. 이두희의 신분증을 이두희가 놓아둔 테이블에서 이두희 몰래 옮겨간 것이죠.



제작진은 자막에 '주웠다'라고 하네요. 그럼 '줍다'의 뜻을 한 번 볼까요.



아, '떨어지거나 흩어져 있는데 집어 올린 것'이군요. 음? 떨어졌다고요?

이 전 장면들에서 분명 이두희는 이 책상 위에 올려놓는 걸 봤었는데요.


'줍다'라고 말하려면 책상 아래로 어쩌다가 떨어졌다던가, 잃어버렸다던가,

이두희가 버렸어야 하는데, 이 조건에 하나도 맞지가 않네요.

 

시청자들의 비난이 거세지니 이번에는 제작진이 '공식사과'로 태도를 바꿨습니다.



네, '은닉'이라고요?그럼 은닉의 뜻을 한 번 알아보죠.



아, '물건을 감췄다'는 뜻이군요. 물건을 감춰서 게임에 참여하지 못했다.

물건을 감추고서는 감추지 않았다며 거짓말로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은닉'이라는 단어는 저에게는 이런 경우에 더 많이 들어봤던 것 같습니다.

사슴이 사냥꾼을 피해서 도망쳐왔을 때 '여기 숨어있어'라는 그런 장면 말이죠.


어쩌면 '이두희의 신분증'이 이두희에게서 도망치더니, 조유영과 은지원에게 와서

'제발 나 좀 이 게임이 끝날 때 까지 숨겨줘'라고 하는 것 같아요.


벗님에게 저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단어를 배치하라고 하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바로 '절도'라는 단어입니다.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침'. 뜻도 맞는 것 같죠.

다시 한 번 아래의 장면을 보실까요?



이두희가 잠시 노홍철과 얘기를 나누고 있고 사이에 '물건을 몰래 훔치죠'.

이어지는 장면에서 조유영은 이두희에게 다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시 다른 이야기를 건냅니다.


그렇게 '이두희의 신분증'은 누군가 가져갔거나, 은닉됐거나, 절도를 당했죠.


이미 몇 편 정도는 녹화가 끝난 상황이라, 이후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는 '가져가거나, 은닉하거나, 절도하는 것'은 배제한다고 했으니 이번 편처럼

치명적으로 게임에 참가하지도 못하게 하는 '가져갔거나 은닉됐거나 절도당하는 일'은

없었나 봅니다. 혹은 엄청난 노하우을 갖춘 편집자분들의 땀방울이 역력합니다.


조카 아이들과 즐겁게 보던 프로그램인데 정말 계속 보여줘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들곤 합니다. 어떤 분은 교내에서 이뤄지던 집단따돌림의 모습들이 언뜻 언뜻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고 하네요. 그런 안타까운 모습들을 예능에서 복기한다는 게.


마지막으로 무거워진 마음을 뒤로 하고 한 컷.



제목: 이런 식이면 가장 억울한 건 이은결.

내용: 이은결 : 훔치고 그래도 되는 줄 알았으면 마술 도구 챙겨왔지.


물론, 더 지니어스 제작진은 사전에 이은결에게 '마술은 하지 말아달라'라고 했었다고.



벗님의 관련 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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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넛메그 2014.01.21 2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청자들이 짜릿함을 느꼈던 건 기발한 두뇌 회전이나 논리적이고 치밀한 작전 같은 거였는데
    기대하던 지니어스다운 참가자들은 거의 다 탈락하고 말았네요...

    점점 평범한 게임 포맷 예능으로 무뎌지고 있는 듯 같아요

    • BlogIcon 벗님 2014.02.04 2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제 홍진호의 탈락과 함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매력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이돌 그룹이 참여한다니, 여느 예능 프로그램의 하나가 되어가네요.
      많이 아쉽습니다.

      좀 더 탄탄하게 구성한 지니어스 시즌3를 기대해봅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_^

  2. 짐짐 2014.02.07 2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유영 은지원의 행위는 절도가 분명한데 제작진은 모든 매체에서 신분증을 숨겼다고하니 시청자를 완전히 바보 취급하는거지! 소매치기한테도 다른 사람의 지갑을 숨겼다고 하지?

    • BlogIcon 벗님 2014.02.08 2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작진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런 식으로 뒷수습하는 것은 영 불편하지요. ^^;

      고운 하루되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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