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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 '세월호 기억교실'을 옮기는 작업이 21일 마무리됐다. 

세월호 참사 2년 4개월여 만에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책상과 의자, 사물함 등 집기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새 학기에는 희생 학생들이 쓰던 교실들에서 정상 수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나의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긍정적이다. 그래서?

반면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 세월호 농성장은 여전히 그대로다. 

일이 하나도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여전히 그대로다. 당연한 거 아닌가. 

현장엔 추모관·분향소 등으로 쓰이는 천막 14개와 농성장으로 쓰고 있는 천막 2개가 설치돼 있고 노란 리본 조형물,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하라'고 적힌 입간판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굳이 천막 하나하나 개수를 헤아리며 이렇게 나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보기 싫으니 개수도 많고 어지럽게 보일 테지. 그나마 눈은 있어서 보기는 보는구나.

22일 농성장엔 유경근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이런 장면을 흘깃흘깃 보며 지나가고 있다.

왜 '사생결단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는지 일등신문이라는 당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목숨을 걸고 부당함에 항거하고 있음에도 당신의 시선은 그저 외국인 관광객의 이름을 빌려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구나.
제2차대전이 끝난 후 나치 만행에 동참하며 국민을 배반했던 지식인들에게 내린 판결은 사형이었다. 기억하라.

세월호 참사만큼 국민 마음을 아프게 한 사고도 없었다.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는 시간이 2년, 3년 지난다 해도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해도 광화문 세월호 천막들은 이제 걷을 때가 됐다. 

걷을 때가 되었는가? 세월호를 끌어올렸는가?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공정하게 조사를 할 수 없도록 방해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는 증인들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펼쳤는가. 세월호의 사고 원인이 선명하게 확인되었는가. 처벌된 관계자가 있긴 한 건가? 무엇이 도대체 제대로 마무리되었기에 세월호 천막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우선 유족들부터 세월호가 가라앉던 그 끔찍한 기억의 고통에서 풀어주어야 한다. 단원고 기억 교실을 이전한 것엔 그런 뜻도 있을 것이다. 국민도 침울한 기억에 너무 오래 매달려 있을 수가 없다.  유족들이 다시금 일상을 돌아가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의 몫이다. 정부는 그저 팔짱 끼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광화문광장 천막 옆을 지나는 시민 중엔 겉으로 표현은 않지만, 이제는 모두가 일상(日常)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누군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누군들 그 아픔을 계속 상기하고 싶겠는가. 팔짱을 끼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아니 조사를 훼방 놓고 전방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는) 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원인을 밝히고, 이와 같은 억울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세우는 것이 진행된다면, 일등신문 지식인들이 천막을 걷어라 마라 하는 치졸한 조언을 들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세월호 참사가 가져다준 교훈은 기억 속에 분명히 새겨두어야 한다. 그러나 애도도 너무 오래 끌면 본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결국 세월호 유족들이 나서서 먼저 말을 해줘야 할 것이다. 

누가 그러던가, 애도가 너무 오래되면 의미가 퇴색된다고. 말 같잖은 소리를 해라. 세월호 유족들이 왜 이렇게 힘든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이런 뻔뻔한 소리가 나오는가. 진심으로 이 쓰레기 같은 사설을 찍어내느라 톱질을 당한 나무에 그저 미안한 따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후보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 수도(首都) 한복판에 설치된 농성 천막이 서울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피고 천막을 걷기 위한 유가족 설득에 나서야 한다.

무엄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가. 어찌 국가 통치권자인 대통령을 무시하고, 시장에게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는가.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들어줄 것이니 간절히 우주에 염원을 보내라. 더불어, 농성 천막이 서울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냐고? 당연히 좋은 이미지라고 생각된다.
'아,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로구나, 사람들이 자신이 주장하는 것은 마음껏 전달할 수 있구나.'

한심하고 치졸한 이런 사설을 쓸 시간에 그 큰 언론의 힘을 불통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독촉하며 유가족의 원통함을 풀어주는 글을 한 번 써보라. 이젠 글을 쓰는 것도 잊어버린 것은 아닐지.


* 위의 쓰레기 같은 사설에 대해서는 굳이 링크를 걸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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