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없이 시작되어, 맥락 없이 전개되고, 맥락 없이 관심을 끌더니 드디어 마지막 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드라마 W(더블유). 지금까지 펼쳐진 이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것인지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다.

드라마의 이야기는 드라마의 이야기고,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 W(더블유)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바라보자.


벗님도 글 쓰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작은 단막극처럼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기저에 깔아놓은 주제에 맞춰서 작중 인물의 구성이나 스토리가 펼쳐지는데, 어떤 이들은 건강하게 이야기의 끝까지 도달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불운한 사고나 병으로 인해 남은 생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게 되기도 한다.

레고 블록으로 커다란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처럼 필요와 목적에 의해 커다란 성과 건물로 쌓아 올려지기도 하고, 목적을 다 한 혹은 필요성이 사라지면 단숨에 분리되기도 한다.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물들에 대해 주요 인물이 아닌 한, 이야기를 만드는 입장에서 많은 애정과 애착을 갖게 되지는 않는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주목하고 있는 인물은 보조자가 아니니까.

그런데, W(더블유)의 작가 오성무에게는 이것이 커다란 원죄가 되어 버렸다. 실존인물도 아닌 작중 보조자 역할의 인물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말이다.


셜록 홈스를 죽였다가 곤욕을 치르고, 다시 살려낼 수밖에 없었던 코난 도일처럼 작가 오성무도 그의 창작물에게 고난을 겪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만약, 코난 도일이 셜록 홈스가 아니라 왓슨을 소설 속에서 의문의 죽음으로 끝맺음을 했다면 셜록 홈스가 과연 가만히 있었을까. 아마 그도 소설책에서 뛰쳐나와 코난 도일을 꽁꽁 묶어서는 영국 경찰에 넘겨 버렸겠지.

다시, 작가 오성무에게 집중해보자. 그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렸다.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의 공간과 가상의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창조, 이것이 중요하다. 작가 오성무는 자신의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2차원적인 그림이라는 공간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W(더블유)를 만들어 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완전 허구라는 것이다. 실존하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의 상상일 뿐이다.

단순한 상상이 현실화될 수는 없다. 불가능하다. 어쩌면 W(더블유)라는 이 드라마 자체가 모두 작가 오성무의 꿈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 이 모든 게 꿈이에요.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잘 모르겠죠?'라는 완전무결한 결론을 제외하고, W(더블유)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철이 태블릿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이런 현상의 설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가 단일 우주가 아닌 다차원, 다중 우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우주에 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을 받은 받게 된 시점의 그 우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현재로써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지만, 뭐 그런 복잡한 설명은.. 공백이 많지 않아서 생략한다.

작가 오성무가 살아가는 우주,
그가 창조해냈다고 생각하는 W(더블유)의 우주.

작가 오성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는 W(더블유)라는 창작물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W(더블유)라는 다른 우주는 다차원, 다중 우주적인 시각으로는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작가 오성무가 이 우주를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본다.

자신이 상상으로 그리는 것이라 착각하지만, 거울에 비친 형상을 따라 그리는 것일 뿐이다.


W(더블유) 우주를 살아가던 강철이 마지막 순간 '억울하다, 진범을 잡을 것이다'라는 의지를 강렬하게 불태우지 않았다면 그의 우주는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소멸하여 버렸을 것이다. 이미 작가 오성무가 자신의 열린 창(태블릿)에서 강철의 죽음을 보았던 것처럼.

하지만, 강철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렬한 의지로, 자신이 살아남는 현실을 선택했다. 그 순간, 또 다른 평행우주가 다시 하나 생성되었으며, 강철은 난간을 붙잡게 되었다.


작가 오성무는 자신이 강철을 죽음으로 끝내는 그림을 그리지 않은 것인가 하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새로 생성된 강철이 살아 있는 평행 우주를 보게 된 것이다.

작가 오성무, 그는 그 새로운 평행 우주를 W(더블유)의 이야기로 펼쳐 낸다. 강철의 성공담은 그대로 중계되듯 작가 오성무의 그림을 통해 전송되며 열광하게 된다. 물론, 강철로서는 알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강철의 강렬한 의지가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작가 오성무라는 존재를 끌어당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 오성무와 그의 딸은 원해서 이 강철의 우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강철 만이 그의 우주로 작가 오성무나 그의 딸을 불어드릴 수도 있고, 튕겨 내보낼 수도 있다.


작가 오성무는 강철의 우주를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강철은 다른 우주로 이동하거나 다른 우주의 생명체를 끌어당길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작가 오성무는 W(더블유)를 자신의 창작물이라 착각하고 있지만, 강철의 처지에서 보면 작가 오성무와 그의 딸이 존재하는 우주는 자신과 다른 우주일 뿐이다.

강철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사를 속속들이 알고는 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그들도 모른다. 다시 말해 미래를 어떻게도 결정되어있지 않다. 미래를 예언하는 예언가가 아니란 뜻이다. 작가 오성무가 그리는 데로 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강철의 의지로 이미 한 번 그는 난간을 붙잡으며 다른 평행 우주를 생성했었고, 트럭에 부딪힐 때에도 다시 평행 우주를 생성시켰다.

강철은 자신의 의지로 더 안전한 새로운 평행 우주들을 생성시킬 수 있다. 작가 오성무가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그저 강철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일 뿐이다.

강철이 살아가고 있는 우주가 작가 오성무가 살아가고 우주의 시간을 앞지른 적은 없다. 다시 말해, 태블릿이라는 창을 통해 그저 강철의 우주를 관찰할 수만 있다는 뜻이다. 작가 오성무는 우연스럽게 강철의 우주, 즉 W(더블유)라 명명된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럼 왜 강철이 작가 오성무와의 만날 수 있었을까.

기회가 되면, W(더블유) 1편을 다시 한 번 보시라.


작가 오성무가 사용하고 있는 태블릿의 왼쪽 아래에 까만 점처럼 보이는 하나의 죽어버린 픽셀을 찾을 수 있다. 보통은 디스플레이 불량으로 데스픽셀(death pixel)이라고 부른다.

작가 오성무에게는 낡은 기기의 하나의 오점으로만 보였을 테지만, 강철에게는 작가 오성무의 방에서 밝게 빛나는 스탠드 불빛이 그 작은 공간을 뚫고 자신의 우주까지 전해져오는 생명의 빛, 구원의 빛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세 줄 요약.
- 아, 태블릿 멋지다.
- 그림 잘 그리고 싶다.
- 저녁 시간인가, 배고프다.


덧.
- 한효주, 이쁘다.
- 이종석, 우리 조카의 사랑을 독차지하다니!
- 김의성, 제가 연말 드라마 부분 상을 드릴 수 있다면, 주연상 드리겠습니다.
- 이시언, 맛깔나는 연기, 탁월하십니다.
- 허정도, 덕분에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 박원상, 남영동부터 W까지, 항상 응원합니다.

덧2.
- 생각해보니 포스트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 나만 알아버린 건 아니죠?
- 아, 배가 고파서 그런가..

덧3.
- W(더블유)의 송재정 작가가 대본을 마지막 편을 제외한 모든 대본을 공개했습니다.
- 마지막 편 대본은 W(더블유)의 마지막 편이 방영되는 수요일 이후에 추가됩니다.
- 대본이 궁금하신 분은 다운 받아서 보세요. 아래아한글 포맷으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관련 블로그 : http://blog.naver.com/happycat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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