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대한민국은 격동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나와는 무관한 어떤 시절이라고 짐작하며 살아왔었죠.

대한민국을 압제하던 박정희의 집권 시기에 태어나 코흘리개였었고, 국민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전두환이 노태우에게 정권을 이양해주었습니다. 그 어린 시절에 무엇을 알았겠습니까.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뭔지 알 수는 없지만 대단한 국제 행사들이 열렸습니다. 선진국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많이 찾아온다고 하니 손님맞이를 잘 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귀한 손님이 온다고 하니 방도 치우고 얼굴도 씻어야지.

그 시절 벗님은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이야기가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우리 집 상황과는 같지 않았지만, 점점 우리나라는 잘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대한민국은 참 좋은,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참 좋았습니다. 학교 숙제가 조금 싫긴 하지만, 좋은 친구들이 있고 즐거웠죠. 

대한민국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들었다고 했도 몰랐을 겁니다.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치부했을겠죠. 와닿지 않는 조언을 들은 것처럼.


만약 벗님이 그 시절 어린아이가 아니라 청년이었다면 어떠했을까요.
불의에 맞설 수 있었을까요.
잔혹한 권력 앞에서 굳건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요.

백남기 님의 생애를 잠시 살펴보면 무척 가슴이 아픕니다. 

1947년에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 부춘 마을에서 태어났다. 1968년에 중앙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했지만 민주화운동을 했다가 박정희 정부시기에 2회 제적을 당해 천주교 수도원에서 수도사로 생활했다. 1980년 서울의 봄 때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아 1980년 5월초까지 계속 민주화운동을 벌였지만 5·17 쿠데타로 비상계엄이 확대되면서 계엄군에 체포되었다. 중앙대학교에서 퇴학되고,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가석방 후 고향으로 귀향해 1986년에 가톨릭농민회에 가입하여, 1992년~1993년 카톨릭농민회 전국 부회장을 역입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밀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광주.전남본부의 창립을 주도하며, 1994년 공동의장으로 활동하였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4][5] 오후 7시 30분에 구급차에 탑승,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옮겨져[6]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후 317일 동안 투병하던 중 2016년 9월 25일 오후 2시 15분,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했다.

2015년 12월에는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민중총궐기 집회가 5일과 19일 2차례 열렸다.

- 백남기 - 위키백과, 우리들의 백과사전

민주화를 염원하시며 몸을 던지던 청년 시절도, 타의에 의해 날개가 꺾이고 귀향을 하게 되어 그 안에서 작은 터전을 일구며 살아오다, '박근혜에게 대선 공약을 실천하라'는 당연한 요구를 위해 상경했다가 공권력의 잔인한 폭력으로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 이 현실까지, 참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미디어몽구의 취재 영상을 보며 또 가슴이 미어집니다.


선량한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을 해야 하는 공권력이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을 가로막고 시신을 빼앗으려는 저런 시도들을 보고 있을 때면 차가운 눈물이 흐릅니다. 

그 공권력을 행사하는 힘없는 아랫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들은 까라면 까고, 하라면 해야죠. 하지만, 그들에게 이런 잘못된 명령을 내린 상관은 그대로 두면 안 됩니다. 당연히 직위해제를 시키고 직책을 박탈시켜야 합니다. 아랫 사람보다 더욱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합니다. 

수 십 마리 도사견을 끌고 다니며 '물어, 죽여!'라고 외치는 미친 개 주인을 여러분은 가만히 두겠습니까. 도사견을 빼앗고 다시는 그런 미친 짓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하지만, 이런 당연한 바람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가비상시국이라며, 다른 자리에서는 장관들에게 골프를 쳐서 경기를 활성화에 기여하라고 하는 이런 혼이 비정상인 사람이 대한민국의 수장으로 있는데, 제대로 된 처리를 기대합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정말 우리가 염원하는 그런 정정당당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요. 굉장히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가 불과 몇 년 만에 우리나라를 바닥까지 망가뜨렸듯이, 올바른 선거 몇 번이면 다시 제대로 된 궤도에 올려놓을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쉽진 않겠지만 쉬울 수도 있습니다.

절대 선거를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한 표가 우리나라를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벗님의 저작물인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