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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함선이 서서히 기우는가 싶더니, 급속하게 침몰해가는 모습을
그저 허망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은 참 견디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다른 바다에 떠 있는 함선도 아닌, 제가 타고 있는 이 굳건하던 함선이.


어제는 마치 대단한 경사라도 난 것처럼 언론에서 축포를 띄우더니,
신화창조의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을 내보내더군요.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텔레비젼을 끄고, 작은 방으로 돌아와 흠뻑 저만의 즐거움에 빠져들었습니다.


회피.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잠시 지나가는 일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 MBC의 9시 뉴스에서는 그 동안 이 후보의 위험천만한 정책들에 대해
곤혹을 감추지 못하는 정부 각 부처와 앞으로 변하게 될 세상에 대한 우려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뉴스를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정책이 없는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정책을 알리지 않는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언론기관에서 이 정책들의 여파에 대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알 수 있도록 알리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지만,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이제서야 하나씩 정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변명이며, 언론의 가치를 상실함의 의미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긴, 언론이라고 말하는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국가 발전의 핵심은 '경쟁'이다와 같은 선명한 모토를 표방한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와
이로 인해 발생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염려가 깊이 묻어나게 됩니다.


'경쟁이 발전을 촉발한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체급이 다른 두 상대를 일대일로 맞붙여놓는 것은 잘못된 방식입니다.

이 불합리한 경쟁에서는 '당연히 덩치가 큰 상대가 승리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지,
역전의 드라마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현실의 시장에서 최소한의 보호망도
존재하지 않는 경쟁은 '경쟁이 아니라, 집단구타'와 같습니다.


무한경쟁의 시대, 강한 자가 살아남는 약육강식.


맞는 말씀이지만, '승리한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강하기에 승리한다'라고 말씀하시는 건
참 받아들이기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이 경쟁을 국가 주도로 밀어붙인다니,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이변이 없는 한, 이미 시작 종이 울리기 전부터 벌써 승자는 결정된 것 같습니다.

커다란 은행 하나를 삼성이 인수한 후, 삼성은행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히 일어나게 될
일이라 여겨지고, 서민을 옥죄는 대부업을 은행들이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에서는
슬픔을 감출 수 없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국토지형을 바꾸어놓을 대운하'임기 안'에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에서는
참 할 말이 없어집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발전을 이룩하는 여러 형태의
발전이 있음에도, 산허리를 자르고 구멍을 내고, 온통 공사판을 만들어 놓는다니요.


앞으로 임기 동안, 우리 경제는 살아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제는 이미 경쟁 이전부터 정해진 거대자본을 소유한 승자들의 몫이지.
가장 낮은 체급의 서민들의 몫은 아닐 것입니다.


이것이 그저 헛된 저의 망상이거나, 고리타분함으로 인해 경진된 사고를 하고 마는
저의 아둔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제가 바보가 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저 꿈이었으면 좋으련만, 한 여름 밤의 꿈이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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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취 2007/12/23 05: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운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줄 알았는데 대선이 끝나고 나니까 다시 꺼내놓는 걸 보니 참담하기만 합니다.
    이명박씨는 국민들이 그 자신을 지지해서 뽑아준 것이 아니라는 걸 속히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