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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잔잔하고 아름다운 노래 한 곡 들어봅시다.
오늘 감상하실 곡은 RadioHeadCreep입니다.

제가 이 곡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2000년 경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 곡이 발표된 것은 훨씬 이전이겠지만, 이 구슬프고 아름다운 곡을 직접 통기타를 치며
참 잘 부르던 친구가 한 명 기억납니다.

말수도 그리 많지 않던 이 친구가 creep을 부르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름모를 애잔함이 떠오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까운 일을 겪고는 눈이 퉁퉁 부어버린 그 친구에 대한 기억이 이 곡의
음울함과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것인지 모릅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이 친구가 떠오릅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되는 이 creep을 들을 때면.


Radiohead - Creep


훗날, 이 곡에 대한 RadioHead의 이야기를 듣게되었습니다.
벗어나야하는 하나의 굴레처럼 이 곡을 멀리하며 지낸 그들의 이야기를.

creep을 잘 부르던 이 친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문득 그 친구를 만나고 싶어집니다.


하나의 성공한 이미지 때문에 평생 거기서 못 벗어나는 배우가 있듯,
히트곡을 하나 내놓은 후 그 안에 묻혀 사라지는 뮤지션이 있다.

아니, 사실 굉장히 많다. 그들을 원히트원더 가수라 부른다.
<댓 씽 유두>의 원더스 같은 밴드들 말이다.

라디오헤드도 까딱하면 그럴 운명에 처할 뻔했다. <Pablo Honey>에 실려 있던 문제작,
이 정도로는 'Creep'의 영향력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과 함께 90년대를 상징하는 노래.
뭔가 불만족스럽다. 누구나 다 아는 노래. 이 정도는 돼야 한다. 예전에 음악을 트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당시, 하루에 13번까지 신청을 받았던 적도 있으니
누구나 알고 누구나 듣고 싶어 한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으리라.
일개 술집에서 음악 트는 사람도 그랬으니 본인들은 오죽했으랴.

'Creep'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들이었지만 그 이후 라디오헤드의 역사는 이 노래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어느 공연장에서든 팬들은 신곡보다는
'Creep!'을 외쳤고 어느 인터뷰에서든 기자들은 신보보다는 'Creep'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톰 요크는 신경질적으로 그런 외침을 무시했고, 'Creep'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Kid A>와 <Amnesiac>을 내놓을
때쯤에야, "라디오헤드는 이제 'Creep'을 연주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 되었다.

2003년 <Hail To The Thief>를 내놓은 라디오헤드는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많은 곡들이 연주됐지만 역시 'Creep'은 없었다. 관객들도 요구하지 않았다.
'Karma Police'까지 연주한 그들은 마지막 한 곡을 남겨두고 있었다.

톰 요크가 특유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Thank you, Very, Very, Much."

그리고 잠시 정적,

"This is very lovely song!"

톰 요크가 말을 이었다.

"I like this song!!"

기타 아르페지오가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과 함께 그 '사랑스러운 노래'를 따라 불렀다.

'Creep'이었다.
비로서 라디오헤드가 'Creep'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났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출저: FILM2.0 음악 칼럼니스트 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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